도시를 버리고 자유를 찾아 쉼터를 만든 이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나비다와 소자이씨다. 이름부터 특이한 이들은 둘만의 각자 다른 영역에서 일하다 만나 지금의 느낌가게를 만들었다. 그들의 결합은 만남에서부터 가게를 운영하기까지 한 편의 이야기와도 같다.
남편 소자이씨는 과거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활동했고 현재 느낌 가게를 운영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부인 나비다씨는 서울 성신여자대학교 전산학과 졸업하고 상명대학교 대학원 음악학과 컴퓨터음악 전공 석사를 마쳤다.
이후 무대 음악 작곡가로 예술 활동 시작해서 현재 분석심리학 기반의 실험극 연출가, 퍼포먼스 아티스트, 문화 프로그램 기획자, 창조적 자기실현 퍼실리테이터로 활동 중이며 전 방위 다원, 융합 아티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성북동에 위치한 그들의 가게를 찾아가 봤다.
느낌 가게는 성북동 법천사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 입구 6번 출구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홍익부속 고등학교에 도착하여 약 200m 법천사 앞까지 올라와야 한다. 거의 산을 타는 느낌이랄까? 목적지에 다다르니 허름한 이층집이 눈앞에 다가온다.
느낌 카페를 들어서기 전 담벼락에 느낌 카페 플래카드와 작가 전시회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카페를 들어가려 하니 나무로 된 옛날 문패에 드림 서재가 눈에 들어온다. 드림 카페의 외부장식은 초라하지만, 문을 들어설 때부터 범상치 느낌을 가지게 된다. 카페에 들어서면, 성북동 전경이 하나 가득 들어와 마치 시골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가게에 들어서면 먼저 2명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흔들의자가 눈에 띈다. 오로지 둘만이 같은 높이에서 같은 마음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부부는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소자이씨는 잡지 에디터로 행사들을 취재하고 있었고 나비다씨는 연출가로 공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홍대 행사에서 마주치게 됐다. 행사 후 문화,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파티에서 같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 했다. 이런저런 나눈 이야기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이후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느낌 가게를 열게 된 이유는 뭘까?
“홍대에서 많은 작업을 하며 10년 정도 살았다. 도시의 삶에 대해 지쳐있는 시기에 삶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바쁜 일상, 획일적 목표, 남의 시선으로 인해 소진되는 에너지, 현대인들의 생활방식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참 귀한데 우린 스스로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었고, 위로하고 싶기도 하고, 힘을 주고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힘을 얻고 싶었다. 이런 여러 생각 끝에 소자이씨와 함께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이 같은 생각으로 오픈하게 된 느낌 카페는 자신이 느끼는 것을 솔직하게 느끼고 표현하는 공간이다. 공연, 전시, 심리 프로그램들을 중심으로 카페로도 운영된다.
이 카페에 오면 일단 오면 ‘나의 느낌’을 주문해야 한다. 느낌이 적혀있는 상자 중 오늘의 기분 혹은 갖고 싶은 느낌, 버리고 싶은 느낌, 무엇이든 끌리는 느낌 상자를 고르고, 음료를 고르면 느낌가게가 준비한 간식과 함께 테이블로 배달된다.
이후 상자를 고른 이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종이에 적거나 자신의 느낌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상자 안에 보관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이미 보관해 놓은 종이를 보며 느낌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공감한다.
이같은 느낌 상자 놀이는 느낌 가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기본 메뉴다. 이를 기초로 자신의 느낌을 맘껏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들이 공간에 풍부하게 배치돼 있다. 기본적으로 가게 위치가 가진 한적함, 탁 트인 시야와 자연풍경이 도심에서 지친 심신에 여유를 준다.
앞으로 느낌 가게에서 펼쳐질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부부는 다양한 예술가, 전문가들과 함께하는 문화, 예술, 심리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고, 느낌을 케어 받을 수 있는 창조적인 프로그램을 지속 개발 중이다.
현재는 느낌 가게의 소규모 갤러리 공간과 구옥의 주택 구조를 있는 그대로 활용한 예술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다양한 장르의 20인 아티스트들이 ‘재장전’ 이란 타이틀로 5가지 공통의 창조적 연구 과정과 네트워크를 함께하며 릴레이 전시와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은 다양한 대중들과의 느낌을 나누고 충분히 교류될 수 있도록 기획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부부에게도 고민되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대중화다. 소자이씨는 “처음 느낌 가게에 오신 분들이 한적한 공간과 느낌 상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계산 후 나가시면서 ‘이 가게가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너무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가게가 되면 지금의 느낌이 사라질까 하는 염려 섞인 말이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는 분명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고 토로했다.
한편으론 작가들과 일반인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나비다씨는 “사실 우리 모두는 창조적인 예술성이 본능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직업으로서의 예술인들이 그 전문성을 친절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태도만으로 우린 매우 즐거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예술품은 사람들 사이에 정서를 흐르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통로”라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직업 예술인과 아닌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사람’이라는 것으로 통일하고 예술품을 중심으로 삶의 이야기를 나누게 하면 그 예술품으로 인해 우린 치유와 정화의 순간을 만나기도 한다”며 “결론은 충분히 신뢰하고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부부가 꿈꾸는 느낌가게의 미래는 무엇이고, 가게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어봤다.
소자이씨는 “바쁜 일상 속에서 느낌가게를 통해 자신을 점검하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며 “더 나아가서 오신 분들이 남긴 하나하나의 느낌 메시지가 공감되고 서로에 대한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비다씨는 “느낌 가게에서 사람들이 자기를 발견하고, 여유를 찾기를 바란다”며 “자신만의 느낌을 느끼고, 남들의 생각, 남들의 시선에서 좀 자유로운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기오기자 gioami7@naver.com